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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김은국) 필사 네번째.

by 인생은 영화처럼 2025. 3. 22.

 

박군이 추도예배에서 욥기를 낭독하는 부분이다.

 

왜 작가는 절정의 부분에서 이 욥기를 택했을까,

그 답을 작가는 여기에서 찾아낸것일까.

 

필사를 하면서 더 분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욥기에서 말하고자 했던것.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을 말씀으로 대신하고 있다.

박 군은 낭독하기 시작했다.

"어찌하여 전능자가 시기를 정하지 아니하셨는고, 어찌하여 그를 아는 자들이 그의 날을 보지 못하는고, 어떤 사람은 땅의 경계표를 옮기며 양 떼를 빼앗아 기르며 고아의 나귀를 몰아가며 과부의 소를 볼모 잡으며 빈궁한 자를 길에서 몰아내나니, 세상에 가난한 자가 다 스스로 숨는구나. 그들은 거친 땅의 들나귀 같아서 나가서 일하며 먹을 것을 부지런히 구하니 광야가 그 자식을 위하여 그에게 식음을 내는구나. 밭에서 남의 곡식을 베며 악인의 남겨둔 포도를 따며 의복이 없어 벗은 몸으로 밤을 지내며 추위에 덮을 것이 없으며 산중 소나기에 젖으며 가리울 것이 없어 바위를 안고 있느니라."

"무얼 읽고 있는 거야?"
장 대령이 물었다.
"욥기입니다."
".... 그 사람의 담 안에서 기름을 짜며 목말라하면서 술틀을 밟느니라. 인구 많은 성 중에서는 죽어가는 자들이 신음하며 다친 자가 부르짖으나 하나님은 그들의 기도를 듣지 아니하시느니라."

박군은 낭독하다 말고 성서를 내려놓은 뒤 고개를 들고 사람들을 이윽히 바라보고 있다가 같은 구절을 반복해 암송했다.

"성 중에서는 죽어가는 자들이 신음하며 다친 자가 부르짖으나 하나님은 그들의 기도를 듣지 아니하시느니라."

신 목사가 바 군에게로 다가가 그의 어깨에 한 손을 얹었다. 박 군은 그의 곁에 선 자기 아버지의 친구를 고마운 눈길로 바라본 다음, 다시 낭독을 계속했다.

"...... 여호와께서 욥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변박하는 자가 전능자와 다투겠느냐? 하나님과 변론하는 자는 대답할지니라, 욥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가로되 나는 미천하오니 무엇이라 주께 대답하리이까?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 내가 한두 번 말하였사온즉 다시는 더하지도 아니하겠고 대답하지도 아니하겠나이다. 여호와께서 폭풍가운데서 욥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너는 대장부처럼 허리를 묶고 내가 네게 묻는 것을 대답할지니라. 네가 내 심판을 폐하려느냐? 스스로 의롭다 하려 하여 나를 불의하다 하느냐? 네가 하나님처럼 팔이 있느냐 하나님처럼 우렁차게 울리는 소리를 내겠느냐? 욥이 여호와께 대답하여 가로되 주께서는 무소불능하오시며 무슨 경영이든지 못 이루실 것이 없는 줄 아오니...... 내가 스스로 깨달을 수 없는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 없고 헤아리기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여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삽더니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한탄하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

낭독을 끝낸 박 군은 고개를 숙이고, 그를 둘러싼 침묵의 바다에 말없이 서 있었다. 그는 이윽고 연단에서 내려 자기자리로 돌아갔고 신 목사가 그 뒤를 따랐다. 

 

낭독을 잘 끝낸 박군은 무슨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