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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더욱 뚜렷해졌다. 리움미술관 피에르위그 리미널 후기, 작품해설

by 인생은 영화처럼 2025. 3. 10.

피에르위그 리움미술관 기획전

 

 

리움미술관 소개

리움미술관은 현대미술의 고정된 형식을 깨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탐구해 온 세계적 작가 피에르 위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리미널》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의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와 공동 제작한 작품을 포함하여 피에르 위그의 지난 10여 년의 예술적 탐구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전시는 신작 <리미널>(2024–현재), <카마타>(2024–현재), <이디엄>(2024–현재)과 대표작 <휴먼 마스크>(2014), <오프스프링>(2018), 수족관 시리즈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협업으로 생성되는 <U움벨트-안리>(2016–2025), <암세포 변환기>(2016) 등 총 12점의 작품으로 구성됩니다. 이 작품들은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한 프로그램과 생명공학을 결합하며,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 관계가 생성하는 감각적이고 시적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이번 전시 제목 ‘리미널’은 “생각지도 못한 무언가가 출현할 수 있는 과도기적 상태”를 의미합니다. 전시 《리미널》은 불가능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까, 전시에서 새로운 주체성은 어떻게 탄생될 수 있는가,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어떤 방법으로 인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위해 전시는 예측 불가능성을 가시화하고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적 환경을 제안하며,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이 겹쳐지거나 분리되면서 그 의미가 진화합니다. 여기서 관람객은 스스로를 낯설게 인식하고, 인식을 확장하며 또 다른 현실을 상상하게 됩니다.

 

피에르 위그에게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환경입니다. 전시 《리미널》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명체들이 진화하는 세계입니다. 이 세계는 수족관의 환경처럼 특별히 구성되어 있지만 어떤 일이 발생할 지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세계’입니다. 여기서 존재들은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으로 배우고 진화하며 복합적인 환경(milieu)을 형성합니다. 전시와 동명의 작품 <리미널>에는 얼굴 없는 인간 형상이 등장하는데, 이 형상의 움직임과 시선은 전시 공간의 센서가 포착한 환경과 인공 신경 조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됩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형상은 외부 조건을 학습하고 기억을 쌓아갑니다. 전시에는 황금색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언어 <이디엄>이 인간의 발성과 신경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성됩니다. <U움벨트-안리> 이미지는 <암세포 변환기>가 전송하는 세포분열 데이터와 센서가 포착하는 외부 조건과 만나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며 타자의 관점으로 우리 스스로를 바라보게 합니다. <카마타>에서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인간 해골을 중심으로 기계가 신비로운 의식을 수행합니다. 이는 끝없는 장례 의식을 소환하며 기계가 인간의 유해를 탐사하는 새로운 신화의 시작을 알립니다. 영상은 전시 공간의 센서가 송출하는 이미지를 실시간 편집하여 시작과 끝이 없는 형태로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관람자는 이 의식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동안, 서로 다른 현실들 사이의 교류와 신체 없는 존재에서 생명 없는 인간의 몸으로의 전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는 이야기의 형태가 선형성을 벗어날 때 흥미를 느낀다. 역사를 넘어선 서사 밖의 허구에 관한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혼돈을 지날 수 있게 해 주는 여러 가능성의 투영이다” ㅡ 피에르 위그

 

 

 

 

전시 후기

영상이 어떤 서사가 있는 건 아니어서 리움미술관의 내용과 작품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침, 중앙선데이에서 인터뷰한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조금 손에 잡히는 듯합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353/0000050887?sid=103

 

[단독 인터뷰] SF 같은 리움미술관 특별전의 작가 피에르 위그를 만나다

━ 얼굴 없는 인간’ 방황, 낯선 체험, 기이한 아름다움이… 지금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 가면 ‘실시간 현재진행형 SF’를 체험하게 된다. 거대한 스크린에 어둡고 광활한 공간이 펼쳐져 있

n.news.naver.com

 

 

Q : 인간과 비인간 존재-동물, AI 등-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것 같다. 결국은 근본적으로 그 경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A : “경계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생명의 다른 구성, 주체의 다른 구축에 관심이 많다. 우리(인간)가 구축된 방식, 우리가 우리를 구축하는 방식이 경계라고 할 수 있으며, (비인간 존재와) 공존하고 때로는 긴장을 형성할 수 있다. 15년 전에 도큐멘타를 준비할 때, 나는 예술의 공간에 들어가 주체로서 객체를 바라보는 그런 관계성에 질려 있었다. 그런 관계를 바꿔보고 싶었다. 스스로 진화하는 존재를 가져다 놓고 싶었다. 고정되고 완결된 것을 피하고 시간에 따라 계속 변하는 것을 원했다. ‘동물은 어떨까. 재미있겠다. 특정 유형의 행동과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 있으니까. 스스로 학습하는 기계도 재미있겠다.’ 그런 식으로 나는 작품(creation)을 생산하는 대신 피조물(creature)을 생산하고자 노력해왔다.” 

 

Q : 평소에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나.

A : “내가 관심 있는 분야라면 그렇다. 뉴욕 록펠러대학교의 알리 브리반루 교수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는 분자 발생학으로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구성되기 시작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들은 생명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다(록펠러대는 생명과학 분야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며 브리반루 팀은 ‘합성 배아’ 연구로 유명하다). 그 대화는 늘 사실에 기초한 토론이기보다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스페큘레이션(speculation 사변, 추측)인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SF를 듣는 것처럼 즐겁다."

 

Q : SF를 좋아하는가?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당신의 전시도 일종의 SF 같은데.

A : “그렇다. SF는 늘 내가 사랑해온 분야다. 필립 K 딕(1928~1982)을 특히 좋아한다 (딕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원작 소설가). 나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SF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웃음) 하지만 좁은 의미의 SF라기보다 보다 초현실적이고 상징적인 것. 이를테면 문학사를 보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도 이미 SF였다. (내 전시는) 사이언스 픽션으로서의 SF라기보다는 스페큘레이티브(사변적) 픽션으로서의 SF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Q : ‘리미널’이 얼굴이 없는 이유는.

A : “이 프로젝트를 ‘만약 우리가 얼굴도 없고, 두뇌도 없고, 세계도 없다면, 우리는 무엇일까’라는 가설적, 사변적 질문에서 시작했다. ‘주관도 없고, 인식할 세계도 없는 인간 존재란 과연 무엇일까?’ 그래도 그녀가 인간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정도 우리 자신과 연결시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완전히 동일시할 수도 없다. 저런 존재는 현실에서 불가능하니 말이다. 불가능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 작품의 포인트다.” 

 

Q : 이 전시를 지난해 베니스에서 처음 보았을 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에 피노 컬렉션의 미술관인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먼저 열렸다.) 영국 문화평론가 마크 피셔(1968~2017)의 저서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The Weird and the Eerie)』이 떠올랐다.

A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내게 매우 중요한 책이다. 그 이유는, 마크 피셔가 다루는 영역이 기존의 범주화에 포함되지 않는 어떤 공간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존재해야 할 것이 부재하고, 부재해야 할 것이 존재하는 그런 상황이다(피셔는 존재해야 할 것이 부재할 때 으스스(eerie)하며, 부재해야 할 것이 존재할 때 기이하다(weird)고 설명한다).”

 

Q : 피셔는 이렇게 말했다. “기이한 것과 으스스한 것의 공통점은 이상한 것에 대한 사로잡힘이다…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상한 것이다. 그것은 표준적인 감각·인지·경험 너머에 있는 것, 외부에 대한 매혹과 관련이 있다.” 이것이 당신이 예술을 하는 근본적인 동기나 관심인가.

A :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어떤 ‘영역(zone)’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그 영역에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분류체계가 무너지거나, 흐릿해지거나, 혹은 경계를 넘어 새어나가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결국 관객은 더 복잡한 무언가와 마주하게 된다. 그 목적은 단순히 불편함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질문의 영역’으로 도달하기 위한 것이다. 단순히 도발(provoke)하는 것과는 다르다. 도발이라는 것은 오히려 쉽고 매우 진부한 수법일 수 있다. 그런 종류의 도발은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만약 '도발하다'라는 개념을 '무언가를 촉발시키다(trigger)'라는 의미로 본다면, 물론 그 점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작가가 SF작품을 좋아한다고 하니 작품이 조금 이해가 갑니다.

 

작품을 관객이 바라보는 그 형식에 질려있다고 말하며 스스로 진화하게 만든 작품들이라고 하는데 

그 매개체로 동물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휴먼마스크가 대표적인데 일본 식당에서 일했던 원숭이에서 모티브를 받아 원숭이에게 소녀의 탈을 씌웁니다.

원숭이는 식당에서 일했던대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장소가 이미 폐허가 된 식당입니다.

그 모양새가 기이하면서도 쓸쓸합니다. 

 

동물을 매개로 한다면 동물은 존중하는 방식의 작업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